우리글 바로쓰기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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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글 바로쓰기 – 이오덕




 

우리글 바로쓰기 1권
우리글 바로쓰기 – 이오덕

우리글 바로쓰기

‘우리글 바로쓰기’ 라는 책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바로쓰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토록 과학적이고 잘 정리된, 세계사에 남을 만큼 위대한 문자가 고작 전세계의 0.06%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땅에서 우리의 선조가 만들어냈다는 것은 충분히 자랑스러운 일이다.

30년간의 일제 강점기에도 빼앗기지 않고 지켜온 이 말을 우리는 얼마나 제대로 쓰고 있는 것일까? 나날이 고단한 삶에 그런 생각의 여유를 갖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한번쯤은 우리말과 글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면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미디어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Youtube등을 통해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문화인 것 같다. 쉽게 닿을 수 없는 세계를 Youtube를 통해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장점은 있으니 종종 보곤한다. 신뢰할 수 없는 정보가 너무도 많기에 일단 공신력이 있는 전문가의 영상을 보는데 그들이 하는 말들은 하나 같이 뭔가 어색한 표현과 더불어 번드레한 장문들이다. 그러나 사족을 걷어내면 고작 전달하고자 하는 뜻은 미미한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그런 식으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소위 배웠다고 하는 고학력 정치인 내지는 관련 업종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어찌 보면 그들만의 안좋은 습관들이 고학력 전문가라는 간판을 달고 Youtube를 통해 여기저기 다 퍼진 것 같다. 여기저기에서 그런 습관들이 종종 보인다.

첫번째 문제는 너무 외국어를 갖다쓴다는 것이다. 분명히 표현할 수 있는 한글단어가 있어 그것을 쓰면 쉽게 뜻이 통할 것을 굳이 영단어를 갖다 쓴다. 어설프게 전문을 영어로 하는 것도 아니고 단어들만 영어로 나열하는 식이다. 상황과 맥락을 보고 대략 어떤 의미인지 유추하기도 하지만 어떤 말은 정말 모르겠어서 사전 검색을 하기도 했다.

정말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갖다쓰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예를 들어 ‘넌 너무 고지식해.’, ‘넌 너무 순진해.’ 라고 하면 될 것을 ‘넌 너무 나이브(naive)해’ 이런 식이다. ‘사실 확인’이라고 하면 촌스럽고 ‘Fact Check’ 하면 뭔가 그럴듯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저 단순히 배운척을 하고 싶은 지식인들의 허세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예로부터 내려온 양반과 천민을 구분 짓는 도구로 언어가 사용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자가 배우기 복잡하여 글을 배울 수 없자 세종대왕이 신분에 상관없이 서로 뜻을 통하기 위해 문자를 창제하셨다. 다들 알다시피 이 한글을 이를 물고 반대하는 자들이 있었다. 사대부들 즉 기득권, 가진자들이었다. 모두를 깨우칠 수 있는 쉬운 한글의 위대한 앞면이 아닌 뒷면을 보면 천민들이 알 수 없는 어려운 문자로 자신의 위신과 권세를 지켜온 자들에게 한글은 큰 위기였던 것이다.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로 얼마전 어떤 지도자가 뜬금없이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이라는 뚱딴지같은 말을 전국민 앞에서 한 일화가 생각난다. 무식한 너희들은 조용히 하고 있어라, 뭐 이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두번째 문제 역시 ‘평소에 뭐 말을 저렇게 무책임하게 하지?’라고 느꼈던 부분인데 주어가 없는 나몰라라 식의 수식어 표현이다. 자신이 그렇게 많은 지식을 가지고 현상에 대해 통찰을 했다면 자신의 의견을 내는데 “~라고 생각되어집니다.”, “~라고 보여집니다.” 따위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본인이 생각하고 본인의 생각을 “~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봅니다.” 이렇게 자신있게 말 못하고 내가 생각한 것이 아니고 알 수 없는 전지적 존재에 의해 생각되어진 것이기에 내 의견은 아니라는 것인지? 이 표현이 너무 만연해서 이게 잘못된 것인지 인지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에서는 이것을 일본어의 잔재라고 본다. 일본어의 수동, 피동형 표현에서 왔고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말을 이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에 유학을 갔던 엘리트들이 일본말을 기존에 우리말에서 쓰지 않던 수동, 피동형을 그대로 번역해서 쓰기 시작하면서 고착되었다고 본다.

필자도 이전에 일본어 공부를 오랜기간 하면서 느꼈던 피곤함 중에 이 수동, 피동형 표현때문에 무척 짜증이 났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런 표현은 즉각 없앨 수 있으니 안쓸 수 있도록 해도 좋을 것 같다. 조사 겹쳐쓰기 등의 문제도 지적하고 있는데 이것도 무척 공감하는 내용이다. 일본의 제국주의 탓에 일본에 의해 망가진 부분이 많다.

세번째 문제도 외국어에서 시작한다. 우리에게는 영어처럼 과거완료, 현재완료 이런 시점의 표현이 없다. 과거, 현재의 표현으로 모든 뜻이 통했는데 ‘밥을 먹었다.’ 로 끝날 것을 ‘밥을 먹었었다.’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해서 오히려 말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영어 공부할 때 골치 아픈 것이 바로 시제의 표현이다. ‘have been p.p’, ‘had been p.p’ 여기에 그냥 과거형도 현재형도 있고 복잡하다. 이것을 번역을 하는 사람이 우리말의 표현대로 번역하지 않고 원문 그대로 직역에 가깝게 번역을 해서 책을 출판하다보니 이런 문제들이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어떻게 고쳐 써야할지 알려주는 길잡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몰라서 쓰는 그런 ‘선의’라면 하루 빨리 잘못된 점을 깨닫고 고치면 된다. 너무 깊이 우리의 생활에 스며들었고 이것을 지적하는 활동마저 없기 때문에 뜻하지 않게 자랑스러운 한글의 장점을 소멸시킬 수가 있다.

이 책은 총 5권으로 이뤄졌는데 1권이 개괄적인 내용이 담겨있고 2~5권은 각 목차의 세부로 풀어 쓰여있는 형식이다. 따라서 시간이 부족하다면 1권만 보아도 좋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의 내용 모두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한자문화권에 속한 역사적 기간이 길어서 7할 정도의 단어는 한자어이다. 이 단어들을 다 뜯어 고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표의 문자는 표음 문자와는 다르게 뜻을 축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이미 오랜기간 익은 단어들은 현지화된 한자단어로 쓰던대로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만 위에 예를 든 경우는 고쳐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생각되어진다. – 이런 표현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그 생각이 되게 만들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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